나는 술을 좋아한다기보단 즐긴다는 표현에 더 적합한 사람이다. 그냥 술이 좋아서, 술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 마신 적은 없다. 그리고 '술의 맛'을 알기엔 아직 경험도 부족할뿐더러 미각 또한 초보자 수준이다. 하지만 술과 음식의 페어링 즉, 음식과 함께 먹었을 때의 기분 좋은 조화는 안다. 웬만해선 취하지 않는 건강한 간과 집에서 쓰러질지언정 남들 앞에서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는 강한 정신력을 부모님께 물려받았음에도, 예전에는 술을 즐기지 못했다. 부어라 마셔라 하는 술자리를 몇 번 참석하고 나선 술에 대한 참맛을 느끼기도 전에 질색하게 되었다. 사진출처 en.wikipedia.org 술을 즐기게 된 건 최근이다. 몇 년 전 아일랜드에서 기네스에 푹 빠져 살다가 온 이후로, 술에 대한 기본 지식을 ..
004. 상면발효맥주, 하면발효맥주란? 부모님께 감사하게도 취하지 않고 굳건히 버틸 수 있는 건강한 간을 물려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십년 전 나는 맥주에 대한 갈망도 없고 솔직히 '맛'도 제대로 몰랐다. '맛있는' 수입 맥주를 못마셔봐서 그런거라고 변명하고 싶지만 그 당시 나는 맥주 문외한이었다. 기본적으로 탄산이 있는 느낌을 싫어했다. 목구멍을 간질이면서 혹은 식도를 때리면서 내려가는 느낌이 꽤 불쾌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게다가 시원할 정도를 넘어서 얼음장처럼 차게 마셔야 맛있으며, 성질이 차가운 보리를 주 원료로 하고 있는 맥주를 마시면 반드시 다음날 배탈로 고생을 했다. 체질상 성질이 찬 음식이 잘 안맞기 때문인데, 한의사는 맥주를 많이 마시지 말라고 경고까지 했었다. 그런 내가 맥주를 탐닉하기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