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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바닷마을 다이어리 2015년 개봉작

원제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2013년 개봉작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是枝裕和)의 작품이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번 영화의 화두 역시 '가족'이다.

 

15년 전 집을 떠난 아버지의 갑작스런 부고에 사치, 요시노, 치카 세 자매는 장례식에 참석하는데, 그곳에서 이복 여동생인 스즈를 만나게 된다. 

 

아픈 아버지를 돌본 사람이 아버지의 셋째 부인이 아니라 스즈라는 걸 알고 있는 사치는 엄마, 아빠가 모두 돌아가시고 새엄마와 함께 살아야 할 스즈가 걱정되어서 자신들이 사는 작은 바닷가 마을, 카마쿠라에서 함께 살자고 제안한다.

 

 

 

 

 

 

스즈는 아버지가 살았었던, 그리고 자신의 이복 언니들이 사는 카마쿠라로 이사를 오게 되고 사치, 요시노, 치카와 함께 살면서 점차 진정한 가족의 일원이 되어간다.

 

 

 


불완전한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

 

 

인생을 살면서 우리는 새로운 역할을 맡아야 할 순간이 온다. 부모님의 아들, 딸이었던 우리는 한 가정의 남편 또는 부인이 되고 아이가 태어나 부모가 되며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다. 사회에서의 역할까지 더 한다면 살면서 우리는 꽤 많은 역할을 안고 살아가는 셈이다.

 

 

 

'모든 역할에서 완벽할 사람이 있을까.'

 

감독은 영화 내내 그렇게 묻는듯 했다.

 

 

 

 

 

 

몇 년 전,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보면서 아버지 역할에 서툰 주인공을 비판하다가 영화 끝에 이르러서 주인공의 서툶을 이해하게 됐었다. '중요한 건 처음부터 잘해내는 것이 아니라 성장했으면 된 것이라고', 그리고 '그런 부족한 너도 괜찮다'고 등을 토닥여 주는 느낌을 들게 해주는 영화였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속 인물 역시 모두 불완전하다. 아버지는 결혼을 세 번 했으며, 첫째인 사치는 그런 아버지를 평생 원망하면서도 자신 역시 유부남을 사랑하고 있고, 둘째인 요시노는 번듯한 직장에 누가 봐도 얼굴도 예쁘지만 제대로 된 연애를 못 하고 남자에게 이용당하기만 한다. 스즈는 자신이 태어나는 바람에 화목했던 다른 가정을 깨뜨렸다는 죄책감을 지니고 살아가고 있다.

 

잔잔하게 흘러서 자칫 우울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이 영화의 기저에는 불완전한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깔려있다. 영화는 그야말로 '사람'을 사람답게 그려서 영화 속 인물에 나를 대입시키면서 자신을 위로할 수 있게 해준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영화 속 음식들,

 

 

 

 

 

연근, 가지 튀김을 곁들인 메밀소바

 

메밀소바는 맛간장만 있다면 만들기가 매우 쉬운 음식이다. (메밀국수를 직접 반죽해서 만든다면 이야기는 달라지지만) 작년에 마트에서 메밀국수 큰 덩이 사다가 여름내 잘 해먹었었다. 맛간장만 있으면 우동사리를 사서 맛간장 살짝 뿌리고 위에 생달걀 노른자 얹어서 비벼 먹는 카마타마 우동(釜たまうどん)도 쉽게 만들 수 있다.

 

 

 

메밀소바 RECIPE.

 

-연근과 가지는 적당한 크기로 썰어 튀김반죽(박력분:감자전분=2:1 분량, 소금 한꼬집, 물 적당량)에 고루 묻혀 170도로 예열된 기름에 두 번 튀겨낸다.

 

-메밀국수를 분량에 맞춰 삶고 얼음물에 잘 비벼서 겉에 묻은 전분기를 씻어준 후, 소쿠리에 조그만 덩어리로 뭉쳐 놓는다.

 

-맛간장:물=1:1로 섞고 간 무를 함께 낸다.

 

 

 

맛간장 RECIPE.

 

넉넉한 물에 양파, 대파 흰 부분, 대파 뿌리, 표고버섯, 마늘, 당근 등을 넣고 푹 삶아 채소육수를 준비한다.

 

양조간장:채소 육수:맛술=1.5:1:1로 섞고 설탕은 간장 양의 1/5 내지 1/4을 넣어준다.

 

단맛은 취향에 맞게 조절하면 된다. 

 

간장, 육수, 맛술을 섞은 것에 생강, 사과(오렌지 등의 과일도 괜찮다)를 넣고 불에 올려 가운데까지 바글바글 끓어 오르면 그때부터 10분에서 15분쯤 더 끓인 후 불을 끄고 가다랑어포 한주먹을 넣고 우려낸다. (반드시 불을 끄고 가다랑어포 넣기) 건더기를 체에 밭쳐 걸러낸 후 병에 담아 냉장 보관한다.

 

 

 

 

TIP.

 

맛간장은 염도를 많이 낮춘 것이므로 장기보관에는 적합하지 않다. 일주일 사이에 다 못 먹겠다면, 한 번 정도 다시 바글바글 끓여주고 식힌 후 냉장 보관하면 좀 더 오래 먹을 수 있다.

 

채소육수 남은 것은 지퍼락에 담아 눕힌 후 보관하면 나중에 유용하다.

 

 

 

 

 

잔멸치 덮밥/ 잔멸치를 올린 빵

 

철저히 바닷가 마을이라 가능한 메뉴이다. 내가 도저히 사 먹을 수도, 만들 수도 없는 음식이 영화에 나오면 마구 안달이 난다. 스즈가 들이키듯 먹는 모습에 그 맛이 더욱 궁금해졌다. 갓 잡은 잔멸치를 밥만큼이나 위에 잔뜩 얹었으니 신선하고 짭쪼름한 바다 향에 취해 먹는 맛일 것이라 추측만 해볼 뿐이다.

 

 

 

 

 

 

엄마의 맛, 해산물 카레

 

사치는 자신들을 버리고 떠난 엄마를 원망한다. 그래도 내 엄마이기에, 해산물 카레를 가끔 만들며 엄마를 떠올린다. 그녀에게 음식을 만드는 것은 곧 추억하는 것이다.

 

음식 속에 담긴 기억은 꽤 강력하다. 누군가를 추억할 때 음식과 관련된 기억은 좀처럼 잊히지 않는다. 음식에 담긴 기억은 우리가 느낄 수 있는 모든 감각(후각, 시각, 미각, 촉각)에 각인되기 때문일 거다.

 

 

 

 

 

 

 

집 앞 매실나무에서 직접 따서 만드는 매실주

 

가족을 식구라고도 한다. 식구(食口)는 한집에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을 말한다. 식구라는 말이 있듯이, 가족에게 음식은 큰 의미가 있다. 가족은 같이 음식을 만들고 함께 먹으서로의 입맛을 가장 정확히 알고 세월이 흐른 만큼 점점 입맛이 같아지고, 어딜 가더라도 맛있는 것이 보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도 바로 가족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런 음식의 특성을 영화에서 적절히 활용했다.

 

 

스즈는 처음으로 언니들과 함께 매실주를 담그며 음식의 기억을 공유하고 사치는 엄마가 그리워하던 직접 담근 매실주를 건네며 마음을 열고, 셋째 치카는 어묵 카레로 할머니를 떠올린다.  

 

 

 

 

 

 

 

스즈는 집안 곳곳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음식에 대한 기억을 언니들과 함께 공유하면서 그렇게 가족의 일원이 되어간다.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해 준 따뜻하고 밝은 에너지를 지닌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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