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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영화

 

카모메 식당 일본 2007년 개봉작

원제  


 

 

 

 

카모메 식당은 나의 첫번째 요리영화였다. 아직도 누군가 나에게 요리영화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가장 먼저 이 영화를 봤는지를 물어본다. 이 영화가 특히 나에게 와닿았던 이유는 일상의 음식들을 특별하게 여기는 사치에의 마음 때문이다. 그녀가 일상음식을 생각하는 마음이 나와 같아서,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소중히 여기는 태도가 무척 공감가서 더 끌렸던 것 같다.

 

 

 

 

 

 

 

 

 

 

 

카모메(かもめ)는 일본말로 갈매기를 뜻한다. 카모메 식당이라고 하면 어감상으로는 듣기 좋지만 뜻을 해석하자면 왜? 라는 의문이 든다.

 

 

왜 갈매기일까?

 

 

 

 

 

 

 

 

 

 

 

고양이 나나오에 대한 기억,

왜 갈매기 식당인지는 영화 초반부에서 약간의 힌트가 나온다.  식당 주인인 사치에는 갈매기를 보면 어렸을 적 키우던 고양이 '나나오'가 생각난다고 했다. 10.2kg에 달하는 거구의 고양이. 신경이 예민하고 어딜가나 싸움을 일삼았던 녀석.

 

 

하지만 사치에에게 만큼은 호의를 보였다고 했다. 사치에의 어머니는 그런 고양이에게 먹이를 많이 주지 말라고 했지만 사치에는 자신을 좋아해주는 녀석에게 몰래 먹이를 더 주곤했다. 결국 고양이는 너무 비대해져서 죽고 말았다.

 

 

고양이와 달리 바짝 여위셨던 어머님은 1년 후 트럭에 치여서 돌아가셨다고 담담히 말한다. 자신의 이야기임에도 남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처럼 슬픔이 드러나진 않는다. 핀란드 항구에서 흔히 보이는 비대한 갈매기를 보면 뚱뚱했던 고양이, 나나오가 생각나고 그 연상의 끝엔 사치에의 어머니가 있다.

 

 

 

 

 

 

 

 

 

 

핀란드에서 작은 일본 식당을 연 이유,

지난 해, 이탈리아를 가기 위해 핀란드에서 경유를 했는데 헬싱키 공항에 일본인들이 너무 많아 어안이 벙벙했던 기억이 있다. 처음 밟는 북유럽에 감동하기도 전에, 우리 부부를 둘러싸고 소리지르듯 큰 소리로 대화하는 일본 관광객들 때문에 도무지 이 나라에 대해서 느끼고 생각할 여유가 생기지 않았다. 조용할거란 일본인에 대한 선입견이 단숨에 깨지는 순간이었다. 그만큼 핀란드 공항엔 일본인들이 많았다.

 

 

일본인들은 핀란드를 참 좋아한다. 두 나라의 분위기가 미묘하게 닮아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영화 속에서 사치에는 핀란드에 작은 식당을 차린 계기 역시 핀란드와 일본이 닮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녀가 닮았다고 느끼는 것은 역시 음식이다. 일본도 핀란드도 아침에 연어를 즐겨 먹는다.

 

 

손님하나 없는 가게를 지키면서도 단 한순간도 불안함이나 초조함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 역시 '식재료의 닮음'에서 오는 자신감일 것이다. 그녀는 이 가게는 향수병에 시달리는 일본인들을 위한 가게가 아니라고 말한다. 자신이 만드는 일본의 음식이 핀란드 사람에게 분명 통할 거라 생각한 것이다. 손님을 끌기 위한 술수도 쓰지 않는다. 그저 그 자리에서 묵묵히 손님을 기다리며 조금의 타협과 변형없이 일본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먹는 전통적인 음식들을 만들어낸다. 

 

 

 

 

 

 

 

 

 

 

사치에는 묻는다.

 

 

"내일 세상이 끝난다면 당신은 마지막으로 무엇을 하고 싶나요?"

 

 

사치에는 한치의 망설임 없이 "맛있는 음식이 먹고 싶다"고 대답한다. 그것이 그녀가 일본과 멀리 떨어진, 그렇지만 일본과 닮아 있는 핀란드의 작은도시에서 일본 식당을 하는 이유일 거다.

 

 

 

 

 

 

 


카모메 식당의 요리들,

 

 

 

 

 

 

 

냄새부터 맛있는 시나몬롤

카모메 식당의 제대로된 요리는 시나몬롤부터 시작된다. 이 식당을 지나면서 항상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내던 핀란드의 할머님들도 빵 굽는 냄새에 이끌려 가게의 첫 문을 열였다. 시나몬롤과 함께 요리영화의 포문을 열고 영화 속 작은 일본 식당도 제대로된 영업을 시작한 셈이다.

 

 

요리를 하는 과정이 생략되는 느낌없이 모두 영상에 담겼다. 시나몬롤을 만드는 중요한 포인트가 모두 담겨 있어서 감독이시나몬롤을 특히나 좋아하든지, 이 빵을 직접 만들어 본 적이 있는지 둘 중 하나일거란 생각이 들었다. 과정을 충실히 담은 영상 때문인지 왠지 모르게 밀가루 향과 이스트의 쿰쿰한 향이 나는 듯 하고, 반죽을 넓게 펼쳐서 시나몬 가루와 흑설탕을 섞어 뿌릴 때는 달콤하면서 시나몬 특유의 톡 쏘는 향신료의 맛이 느껴지는 듯 했다.   

 

 

 

 

 

 

 

 

 

 

 

 

실제로 영화를 다보고선 시나몬롤을 구웠다. 이 영화를 보고나면 영화 속 음식이 먹고 싶은 것보다도 '만들고' 싶어진다. 음식에 초점을 두기보단 요리를 하는 그 자체, 그 행위에 중요한 가치와 이야기가 담겨 있다.

 

 

 

 

 

 

 

 

 

 

 

 

담백한 연어구이와 치킨 가라아게,

핀란드와 일본의 음식을 연결해주는 연어구이도 등장한다. 지글지글 연어를 굽는 소리와 자잘한 기포 소리가 맛있는 일본식 닭튀김, 치킨 가라아게 튀기는 소리가 공간에 울려 퍼진다. 요리를 하는 소리와 사람들이 대화하는 소리가 섞이고 요리하면서 내뿜는 열기와 사람들의 온기가 섞이면서 사치에의 가게는 활기를 띠어간다.

 

 

 

 

 

 

 

 

 

 

 

 

계란말이와 감자조림

일본식 가정식에 절대 빠져선 안될 계란말이와 감자조림도 나온다. 일본과 멀리 떨어진 핀란드의 작은 도시에서 현지인들이 젓가락을 사용해서 스시가 아닌 일본 가정식을 먹는 것이 참 낯설게 느껴진다. 한편으론 부럽기도 했다. 영화일 뿐이지만 왠지 핀란드엔 카모메 식당과 같은 일본 식당이 있을 것만 같아서.

 

 

아일랜드에 머물 때, 한국음식을 먹으러 자주가던 식당이 있었다. 식당이라고 하긴 민망한, 한국 식재료 마트 구석에 자리한 간이 식당 같은 곳이었다. 5유로를 내면 접시에 밥 한가득에 3가지 요리를 담아주었다. 하지만 거기서 판 음식들은 정확히 말하자면 한국음식이 아니었다. 중국음식과 한국음식이 제멋대로 섞인 정체 불명의 요리였다. 김치 볶음밥은 김치는 보일듯 말듯 들어가 있었고 불맛이 강하게 났다. 닭볶음탕은 매콤한 한국식 양념이 아니라 전분 넣어 걸쭉한 중국식 소스에 버무려져 있었다.

 

 

유럽 어딘가, 한국의 분위기가 오롯이 느껴지는 작은 식당이 있으면 좋겠다. 그곳에서는 사치에처럼 퓨전의 유혹 없이 현실과 타협 없이 우리식의 가정식을 팔았으면 좋겠다. 유럽인들이 흔히 접하는 인디카종 쌀이 아닌 우리가 먹는 통통한 자포니카종으로 윤기자르르한 살아있는 밥을 짓고, 깔끔한 김치와 야들야들하게 잘 삶아진 돼지 보쌈을 내는 곳. 그런 곳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영화를 보는 내내 내 머리 속에 강하게 남았다.

 

 

 

 

 

 

 

 

 

 

일본의 소울푸드, 오니기리

감독이 영화 속에서 음식을 등장 시키는 순서는 마치 의도한 것처럼 느껴진다. 커피를 시작으로 시나몬롤-연어구이-계란말이와 감자조림-오니기리가 등장한다. 점점 더 일본스러운 음식들이 자연스럽게 핀란드 사람에게 스며든다. 오니기리를 먹는 일본인을 처음에는 신기하게 쳐다보지만 어느새 오니기리를 맛있게 먹는 핀란드 사람들이 영화의 마지막을 채운다.

 

 

 

 

 

 

 

음식이란 건 참 신기하다. 삶고 찌고 볶고 튀기고 굽는 요리방법에 따라서, 나라에 따라서, 계절에 따라서 그리고 만드는 사람의 기술에 따라서 같은 식재료라도 마치 중국의 변검술처럼 얼굴이 확확 달라지니 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만드는

사람의 마음이라는 진리가 영화를 관통하고 있다. 사치에가 커피를 만들 때, '맛있어져라' 주문을 건 것과 같이, 맛있는 음식을 주어야 겠다는 예쁜 마음, 그 마음이 느껴졌던 여운이 긴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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